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3710165
저자를 보자. 저자는 오카다 토시오,
가이낙스의 설립자이고, <왕립우주군>,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총제작지휘했다.
가이낙스의 작품으로는 <톱을 노려라>, <신세기 에반게리온>, <천원돌파 그렌라간> 등이 있다.
1958년생. 2011년인 현재를 보자면 54세.
54세의 중년, 게다가 교수이기도 한 그가 '세계 정복'에 대해 썼다면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런 느낌에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악역은 뭔가 이상한데??
라는 논의부터 시작한다.
확실히 악역은 이상하다. 왜 괴물을 매주 하나씩 보낼까?
한꺼번에 보내면 되지 않아? 한 번에 한 지역이 아니라
미국에 하나, 중국에 하나, 유럽에 하나..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면 되지 않을까?
그보다 괴물을 매주 연구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해서 내놓을
재력이면 편안히 삶을 즐기는 게 좋지 않아? 하는 생각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서 시작한다.
1장, 세계 정복의 목적을 보자. 대체로 악당들은 세계 정복의 목적으로
인류 절멸, 돈이 가지고 싶어, 지배당할 것 같으니 역으로 지배하기,
악을 퍼뜨리기라고 하지만, 명확한 논리성을 지닌 악당은 의외로 드물다.
애니메이션 속의 악당들은 항상 세계 정복을 하고 싶어하지만,
세계 정복 이후의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어쨌든 세계 정복!!'을
외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탄한다.
보통의 회사도 마찬가지다. 세계 정복의 목적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은
'돈이 가지고 싶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설립한 이유가
인류 평화라고 생각하는가? 본질적인 목적은 '돈이 가지고 싶어'이다.
자본주의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비해, 공산주의 회사가
성장하지 못하고 부패하는 이유도 '돈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괴짜 경제학>, <슈퍼 괴짜 경제학>이 말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이다. 그러니 회사 설립의 목적이
'돈이 가지고 싶어'가 정답이다. 당신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도 결국은
'돈이 가지고 싶어'인 것이다.
회사가 성장할 때는 '시장에서 1위'가 되지만, '1위가 된 이후의 세계'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점에선 악당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점에서 1장은 유쾌하다.
2장은 당신이 어떤 악당 유형인가를 알아보는 유형인데,
올바른 가치관을 강요하는 마왕 스타일은 사실 정의의 히어로이다.
즉, 악당과 영웅은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뿐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한 독재자 스타일은 어떨까?
조직이 발전하고 커질수록 세세한 모든 것을 직접 지시했어야 하므로
세계 정복의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잠을 잘 시간조차 없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히틀러가 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하지 않았어도 6개월 이후면
과로사했을거라는 재미 있는 이야기도 함께 곁들였다.
결국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적절하게 권한과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위임해야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다가 악의 조직은 도덕심이 낮으므로 배신이 밥먹듯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저자는 친절히 조언한다.
일상의 회사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결국, 이 책을 읽다보면 이건 악당을 위한 세계 정복 매뉴얼인지,
창업자를 위한 조직 성장 매뉴얼인지 당최 헷갈리기 시작한다.
3장은 더 가관이다. 세계 정복의 순서를 다룬다.
목적 설정, 인재 확보, 자금 조달과 설비 투자, 작전과 무장,
부하의 관리와 숙청, 세계 정복 그 후를 다룬다.
이를 보면 회사 설립의 목적이 무엇인지, 인재 확보가 무엇인지,
자금 조달이나 설비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악의 조직을 설립하는 것이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나 차이가 없다.
게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회사 = 악으로 보는 시각조차 만연해 있다.
노조도 없으며 백혈병으로 죽어도 보상 받지 못하는 S사,
매일 밤샘하다 폐를 잘라버린 SI 개발자를 강제 퇴사시킨 N사,
그외에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회사가 바로 악의 조직이 아닌가 싶다.
소셜 커머스(티X)에 참여했다가 작은 고깃집이 1000여명의 손님을 받고
망하고, 자신은 알바를, 아버지는 일용직을 뛴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기와 합법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돌아가는 이유는 현재까지 나온 경제 시스템 중에 가장
나은 것이기 때문이다.(잘 규제된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어보기 바란다)
세계 정복을 하고 나면 전부 나의 것이므로 이전처럼 파괴 행위를
일삼는 것은 내가 내 재산을 파괴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
게다가 정복의 기쁨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나눠야 좋다.
즉, 권한을 나누고 지배계급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지배계급이 배신하면 곤란하므로 자식을 많이 낳아 친족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게다가 당신은 악의 조직, 도덕심도 낮고, 배신도 쉽게 일어나는 조직이다.
후계 구도도 정해야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일본 역사로 빠져들기도 한다.
결론은 허탈하지만 세계 정복은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얻을 수 있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도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시각을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악역은 뭔가 이상한데...'에서
시작했다고 하니 대단하다. 사실, 저자는 이 고민을 15년간 했다고 한다.
한 가지 고민에 대한 지속적인 생각이 이런 책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실제로 나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하지 않는데,
이 책은 부득이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직접 읽어보라. 얻을 게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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