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006845
이 책은 출간된지 300년도 넘은 책이며, 역자가 해제를 달아 내용을 보강했고,
케이가 박사 논문으로 출간했던 해제본을 원전으로 삼고 있는 책이다.
현대 경제학의 기원이 흔히 알고 있는 아담 스미스가 아니라
버나드 맨더빌이었으며, 맨더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스미스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즉, 경제학의 진짜 원전을 찾아간다면 맨더빌까지 가야 한다.
맨더빌이 살던 시대는 상인이 힘을 얻으면서 상인이 정치를 장악하던 때였다.
즉, 중상주의의 시대였다. 그때는 중상주의라는 말이 없었고, 후일 아담 스미스에
의해 중상주의라 이름 붙여진다.
맨더빌이 주장했던 내용은
- 임금이 낮아야 국제 경쟁에서 이긴다
- 임금이 높으면 노동자가 게을러진다
- 임금이 높으면 "우리"(기득권층)가 사치를 못 누린다
- 노동자는 게으르고 불평만 많은 상전이다
와 같다. 오늘날 이 논리는 신자유주의에 그대로 녹아 있다.
맨더빌은 자유주의를 주장했으며, 작은 정부, 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기업가가 아니라 소비자와 노동자가 잘살아야 진짜 부국
- 높은 임금보다 높은 이윤이 문제 -> 가격 경쟁력의 진짜 문제, 가격 인상의 진짜 요인은 대부분 높은 이윤이 문제라는 것
- 높은 임금은 노동자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 부지런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해 게을러진 것, 인과관계의 오류.
- 쉽게 돈 버는 지주는 게으르다
- 가난한 사람이 헤프다고?
- 노동자는 약자다
- 노동자 단체 행동의 현실 -> 비참한 현실을 설명하며, '대개는 주동자를 처벌허가너 파멸시키는 결과만 남기고 허망하게 끝나고 만다'고 지적했다.
맨더빌은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매기면 근로의욕을 꺾으니 세금을 낮춰야 하고,
저소득층에게 복지 혜택을 주거나 임금을 올리면 근로의욕이 떨어지니
복지를 줄이고 임금을 낮춰야 한다고 동시에 주장했다.
복지를 줄이고 부자 감세로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를 바래야 한다고 했다.
또한, 도덕 교육을 강화해서 지도층의 말을 잘 들어야 하며, 사회에 순응하는
개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맨더빌의 주장은 지금 한국의 기득권층이 하는 말과 어찌나 똑같은지 기가 찰 정도다.
책에서는 현대 신자유주의와 중상주의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신자유주의는 원래 주류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재산가들이 만들어낸 풍조라
할 것인데, 이는 중상주의를 타파하자던 스미스보다는 오히려 맨더빌의 중상주의에
놀랍도록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자라도 아무도
맨더빌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을 솔직하게 내뱉지 않는다."
맨더빌은 중상주의를 옹호했으며, 정부 개입은 최소가 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는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바와 같다.
맨더빌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먹을 것만 지급해야 하며,
노동자에게 교육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교육을 제공하면 낮은 임금에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교육에 반대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교육을 제공하고, 높은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기업에 질 높은 노동을 제공하게 되었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어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미국 기업의 불평을 정리한 역사다.
1842년: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파업하게 된다면 어떤 사업도 살아남지 못할거요!
1887년: 흑인에게 온전한 하루 일당을 주라고? 그러면 내 사업이 망해버릴거요!
1912년: 노동자의 죽음은 비극적인 일이지만, 노동자 착취 금지법(anti-sweatshop laws)은 미국의 산업에 사망선고를 내릴것이요.
1915년: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를 해고한다면 사업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
1924년: 아동 노동 금지는 경제 자체를 파괴해 버릴거요!
1938년: 주당 40시간 노동을 받아들일 수 없소. 받아들였다간 그들을 고용하려는 고용주가 없을테니까!
1964년: 동일가치노동(Equal pay)을 여성과 흑인에게? 연방 규제안은 기업을 목졸라 버리게 되고, 사업은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거요!
1970년: 직업건강안전법령(Health and safety laws)은 영구적인 대량 해고를 만들어낼거요!
현재: 새 노동권리법안이 통과한다면 기업은 붕괴할거요! 붕괴한다고!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주당 40시간 노동, 아동 노동 금지, 여성과 흑인에 대한 동일가치노동(같은 일을 하면 같은 급여를 지급하라)에 대해서도 기업가는 역사적으로 반대해왔다.
미국에서 시행했던 직업건강안전법령을 시행하면 대량 해고가 생길 것이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정부가 기업에 위험관리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안전 관리 규정과 시설을 두게 되었고,
이로 인해 노동자가 다치지 않게 되어 잦은 이직도 없어졌고, 숙련 노동을 제공하게 되었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방임주의를 강요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방임주의를 강조한 것은
맨더빌이었으며, 스미스의 방임주의는 그 의미가 달랐다.
스미스는 이기심이라는 사람 본성에 맞춰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그 제도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도 (얼만큼) 스스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고 얘기했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보면 요즘 사람도 믿기 힘든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보자.
부자들의 마차에 통행세를 더 겊어 화물 수송을 값싸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으로 치면 부자들의 고속도로 통행료를 10배쯤 받아서 화물 수송 통행료를 값싸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세를 좋은 세금으로 추천했고,
부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를 권했고,
독점 이윤에 매기는 세금은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또한, 스미스가 추천한 규제로는
품질 규제, 계약 이행에 대한 규제, 임금을 현금 대신 물건으로 주지 못하게 하는 규제,
독점 가격 규제, 노예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하는 규제(요즘으로 치면 노동자를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규제)가 있다.
스미스가 없애거나 완화하려 한 규제는
독점 이윤을 누리는 시장의 진입 제한 규제나,
노동자 발목을 잡는 규제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내용을 보다 보면 그동안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얼마나
오해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신자유주의 경제와 함께
스미스가 말하던 세상이 아니라 맨더빌이 말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의 뿌리가 맨더빌이었으며,
역사에서 중상주의가 어떤 파국을 맞이했는가를 알지도 못하면서
폭주하는 기관차 위에 올라타 있음을 한 권의 고전을 통해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원전을 읽어가는 흐름은 <꿀벌의 우화> -> <국부론> -> <자본론>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꿀벌의 우화>가 이제서야 번역되었고, <자본론>은 시대의 비극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빨갱이나 좌파만 읽는 책으로 오해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아쉽다.